주식을 시작하고 나서 가장 먼저 부딪히는 벽이 있다면, 그건 바로 '용어'입니다. 특히 기업 분석을 하다 보면 PER, EPS, ROE 같은 영어 약어들이 자꾸 눈에 들어오는데요, 이게 무슨 말인지 정확히 모르고 넘어가면 제대로 된 투자 판단을 하기가 어렵습니다. 저 역시 처음엔 ‘그냥 PER 낮으면 좋은 거 아닌가?’ 정도로 단순하게 생각했다가 여러 번 실패를 겪었어요. 그래서 오늘은 주식 투자에 꼭 필요한 이 세 가지 용어를 중심으로 실제 투자 경험을 곁들여 자세히 정리해 보겠습니다.
PER (주가수익비율) – 이 기업, 비싼 걸까 싼 걸까?
PER은 Price to Earnings Ratio, 즉 '주가수익비율'의 약자입니다. 쉽게 말하면, 지금 이 주식을 사는 게 비싼지 싼 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지표예요. 계산식은 간단합니다. 현재 주가를 주당순이익(EPS)으로 나눈 값이죠. 예를 들어, 어떤 기업의 주가가 5만 원이고 EPS가 5천 원이라면 PER은 10입니다. 이 말은 '이 회사가 지금 벌고 있는 이익 수준이라면, 10년 뒤에 투자금 회수가 가능하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어요.
저는 PER을 처음엔 숫자만 보고 판단했어요. '어? 이 기업 PER이 5밖에 안 되네? 엄청 싸다!' 하고 샀다가 낭패 본 적도 있어요. 알고 보니 그 회사는 적자를 막 벗어난 상태였고, EPS가 일시적으로 높아져서 PER이 낮게 보였던 거죠. 반대로 PER이 30 이상이라고 무조건 피할 필요도 없습니다. 빠르게 성장 중인 IT 기업이나 바이오 종목은 미래 수익을 기대하는 투자자들이 많아서 PER이 높게 형성되는 경우도 많거든요.
중요한 건 ‘같은 업종 내에서 비교’하는 겁니다. 예를 들어 은행주와 게임주의 PER을 단순 비교하면 의미가 없어요. 각 업종의 평균 PER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저는 지금도 투자 전 PER을 확인할 때, 반드시 동일 업종 내 다른 기업들과 비교해서 판단합니다. 그리고 PER만 보지 말고 그 수치를 만든 EPS도 함께 꼭 확인해야 해요. 둘은 항상 세트로 봐야 진짜 의미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EPS (주당순이익) – 기업의 벌이 실력을 보여주는 숫자
EPS는 Earning Per Share의 줄임말로, ‘주당순이익’을 뜻합니다. 한 마디로 ‘이 회사가 1주당 얼마를 벌고 있는가’를 나타내는 지표예요. 계산 방법은 회사의 당기순이익을 전체 발행 주식 수로 나눈 것입니다. 예를 들어 순이익이 1,000억 원이고, 주식 수가 1억 주라면 EPS는 1,000원이 됩니다.
제가 EPS를 중요하게 보게 된 계기는, 예전에 어떤 기업의 주가가 계속 오르길래 덜컥 투자했다가 나중에 보니 EPS가 계속 떨어지고 있었던 적이 있어요. 그때 깨달았죠. 주가는 단기적으로는 수급에 따라 움직이지만, 결국 장기적으로는 '이익'을 따라간다는 걸요. EPS가 해마다 꾸준히 증가하는 기업은 그만큼 실적이 안정적이고, 경영이 잘 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또 EPS를 활용하면 PER 계산도 가능해지니까, 두 지표를 함께 분석하는 게 핵심입니다. 최근엔 ‘조정 EPS’라는 것도 자주 나오는데, 일회성 비용이나 수익을 제외하고 실제 영업과 관련된 이익만 반영한 값이에요. 그래서 장기 투자자라면 일반 EPS보다 조정 EPS를 더 신뢰하는 편이 낫습니다. 재무제표에서 ‘기본 EPS’와 ‘희석 EPS’가 따로 표기되기도 하니, 연차보고서나 공시자료를 꼼꼼히 확인하면 훨씬 정확한 판단이 가능해져요.
EPS는 결국 기업의 이익 창출 능력을 보여주는 척도이기 때문에, 저는 항상 3년 치 이상 EPS 추이를 살펴보는 습관을 들였습니다. 이익이 꾸준히 늘고 있는 회사인지, 아니면 특정 해에만 반짝 이익을 낸 건지 파악하는 게 매우 중요하거든요. 숫자 하나에 현혹되지 말고, 그 흐름을 보는 눈을 키우는 게 핵심입니다.
ROE (자기 자본이익률) – 내 돈을 얼마나 잘 굴리느냐의 지표
ROE는 Return on Equity의 약자입니다. 우리말로는 ‘자기 자본이익률’이라고 부르죠. 쉽게 말해 ‘주주가 투자한 자본으로 기업이 얼마의 수익을 냈는가’를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계산식은 이렇습니다. 당기순이익 ÷ 자기 자본 × 100. 예를 들어 어떤 기업이 100억 원의 순이익을 냈고 자기 자본이 1,000억 원이라면 ROE는 10%입니다.
이 지표는 특히 ‘경영 효율성’을 보는 데 유용합니다. 예전에 어떤 회사를 분석하다가 ROE가 3~4%밖에 안 되는 걸 보고 "이 회사는 돈 버는 능력이 좀 떨어지는구나" 생각했던 기억이 있어요. 반면 어떤 회사는 ROE가 20%를 넘기도 하더라고요. 똑같이 100억 벌더라도 500억을 들여 벌면 20%, 2,000억을 들여 벌면 5%니까요. 같은 이익이어도 얼마나 ‘효율적으로’ 벌었는지를 ROE가 알려주는 셈이죠.
특히 ROE는 ‘장기 투자자’에게 아주 중요한 지표입니다. 자본을 잘 굴리는 기업일수록 장기적으로 복리 효과가 커지기 때문입니다. 워런 버핏도 ROE가 높은 기업을 선호한다고 알려져 있죠. 하지만 한 가지 주의할 점은, ROE가 일시적으로 높은 기업도 있으니, 이 역시 과거 수치를 함께 보면서 ‘지속 가능성’을 따져야 한다는 겁니다.
또한, ROE는 부채 비율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높은 ROE가 항상 긍정적인 것만은 아닙니다. 빚을 많이 써서 수익률이 높게 나올 수도 있거든요. 그래서 ROE를 볼 땐 부채비율도 함께 확인하는 게 좋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ROE 10% 이상, 부채비율 100% 이하인 기업을 먼저 눈여겨보는 편입니다. 안정성과 수익성을 모두 고려하는 거죠.
PER, EPS, ROE. 이 세 가지 지표는 단순히 숫자일 수 있지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기업의 가치를 판단하는 가장 기본적인 도구입니다. 처음엔 낯설고 어렵게 느껴지지만, 실제 투자에 적용해 보면 점점 감이 생깁니다. 오늘 이 글을 읽으셨다면, 이제는 공시자료나 증권 앱에서 이 세 가지 수치를 확인할 때마다 '이게 무슨 의미인지' 이해할 수 있으실 겁니다. 중요한 건 숫자를 단순히 보는 게 아니라, 그 뒤에 숨어 있는 '기업의 이야기'를 읽는 눈을 기르는 것이죠. 이제부터는 PER이 낮다고 무조건 좋은 기업이라고 생각하지 마시고, EPS 추이와 ROE까지 함께 살펴보며 본인의 기준을 만들어보세요. 그게 바로 제대로 된 주식 투자로 가는 첫걸음입니다.